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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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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보리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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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3.03.01. 14:37:11 추천: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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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서석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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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보리밥
서석노
짧은 여름밤 동트기 전에 달그락달그락
꿈결 속에 들려오는 어머니의 바쁜 아침
물동이 이고 서너 번 부엌문 넘나들고
매캐한 짚불 연기 자욱이 퍼져나가면
샘가에서 씻은 보리쌀 무쇠솥에 삶아내고
솥뚜껑 제치면 뽀얀 수증기 낮은 부엌 가득 찬다
쌀 한 줌 더 넣고 삶은 보리쌀 되 안치고
타닥타닥 검불 피우고 부지깽이 두어 번 휘젓고
솥뚜껑 아래로 줄줄 눈물 흘리면 뜸 들이고
쌀밥 따로 골라 할매 밥, 막내 애기 밥 따로 뜨고
휘휘 저어 놋쇠 그릇에 고봉으로 담아내고
대바구니에 삼베 깔아 보리밥 담아 시렁에 걸어두고
호박 청양고추 넣어 된장찌개 부글부글 끓어지면
뚝배기 두 개에 가득 담아 밥상에 올려지고
두리상 둘러앉아 후룩후룩 씹는 둥 마는 둥 삼키고
한낮 땡볕 들기 전에 마루에 점심상 펴고
나절 식은 보리밥에 우물 찬물 떠다가 밥덩이 툭툭 말아
물 반 밥 반 떠 놓고 된장에 고추 찍어 한입 베어 물고
얼큰하게 고추장 장떡 숟가락에 걸쳐 우적우적 삼키고
밥상 물린 한낮 마루 그늘에는 아버지 코 고는 소리
부엌의 어머니 설거지 소리 달그락달그락 장단 맞추고
한낮 더위에도 마당 위 잠자리 떼 하늘 날며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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