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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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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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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2.10.16. 18:58:52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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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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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의자
김경수
아름다운 표정의 이름을 불러본다.
떨어져 내린 나뭇잎으로 빛나는 연주를 하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의자여.
혼자 음악을 들으면 멜랑콜리해지는 이유를 나무의 이름으로 불러본다.
지나간 시절의 음률이 그리워지고 애인처럼 사랑스럽다.
현재의 음률은 나를 배신한 자의 돌아서는 등과 같다.
젊고 예쁜 여배우의 미소를 보면서 슬픔의 극한極限을 느낀다.
그 시점의 아름다움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생각 없는 나무들은 그 시점의 아름다움에 반한다.
영원히 행복할 것이다. 생각이 없는 생명체는
어떠한 사상도 남지 않은 문장은 더 행복할 것이다.
바람 현을 이용해 나뭇잎을 모아 연주하는 나무 의자여
나무 의자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는 위대한 사람은 없고
착한 사람도 없다는 명제는 슬픈 눈동자에 지나지 않는다.
순수했던 사람들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이 더 슬픈 표정을 짓는다.
어깨동무하고 걷던 친구들도 이념의 노예가 되는 이 서글픈 시대여.
슬픈 곡조만 연주하는 나무 의자의 심정이여.
하늘로 날아올라 가는 나무의 뿌리를 잡고
흰 가운을 입은 성자聖者가 승천한다.
입속에서만 맴도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름이여.
아무런 내용이 없는 나무 의자의 사상이 오히려 절대적으로 아름답다.
안개를 비눗방울처럼 만들어내고 안개 속에 몸을 숨기는
무뇌無腦의 세상이여.
맹목적으로 너의 진정한 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출처 : 계간 《시와 사상》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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