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 04. 25. |
 |
|
 |
|
|
|
|
|
 해제解除 |
|
|
|
 |
|
|
|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2.07.05. 21:03:24 추천: 2 |
|
|
|
명시: 천수호 |
|
|
|
|
|
|
|
|
|
|
|
|
|
해제解除
천수호
나무가 철문을 빠져나올 때
뿌리까지 끌고 나오기엔 잔가지가 너무 많았다
나뭇가지 끝 하나 다치지 않으려
나무는 뿌리를 잘라버렸다
이런 꿈을 꾸고 나서
잎을 나풀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코를 후벼파지 않으면 병든 것도 알 수 없기에
기침도 참으며 앞만 보고 걷는다
직박구리청년들이 줄기 한 쪽을 툭 치며
가지 사이로 빠져나간다
이 속도라면 도대체 못할 일이 무어란 말인가
나무여서 셈할 수 없었던
속력 같은 것을 생각해야 하므로
오늘은 사람의 생활 같은 것은 모른 척해야 한다
살찐 나무의 보행이 점점 빨라지기도 했다가
갈 곳도 없이 커브도 돌고 계단도 오르내린다
죽은 나무처럼 숨을 참고 있는 가로수 옆에 서서
잠시 나무의 언어로 말을 걸어 보려는데
이런 나무가 왜 이리 많아졌냐
투덜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의 말이 이렇게 크게 들리다니
뿌리를 끊고 와서
이미 나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키우며
가지를 건들거리며 걷는 사람들
인파에 섞일 수 있도록
길거리에 널린 가게들도 기웃거린다
철문도 잊고 뿌리도 잊고 물건 하나씩을 주섬주섬
품안으로 주워담는다 눈을 자꾸 부비면서
발가락을 꼬무작거리면서
출처 : 계간 《시와 정신》 (2022년 여름호)
|
|
|
|
|
|
|
|
|
|
|
| 전체글 목록 |
2024. 04. 25. 전체글: 40151 방문수: 4875527 |
|
|
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