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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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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경(外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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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2.01.07. 20:08:17 추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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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홍일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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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경(外經)
홍일표
강물이 구술하는 이야기를 누군가 받아 적는다
세상은 변하지 않아
심장의 위치가 바뀌지 않듯
아침 한나절 강가에 서성이다 흠뻑 젖은 초록의 머리칼들
이건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걷는 동안
발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은사시나무 저편에서 오래 전 죽은 이들이 수런거리며 다가오고
강물은 여전히 긴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흰 노트에 기록한 안개의 문장들이 풀려나와 풀잎 끝에 맺힌다
그 중 반쯤은 영롱한 슬픔이라고
강가 버드나무 숲에 모여 속삭이는 조롱박새들
세상은 변하지 않아
태양 하나 공중에 띄워놓고
우러러 기도하거나
다 식은 불덩어리 잡으려고 강물 따라 뛰어가거나
그러다 돌아보면 몸을 지우며 주르르 펼쳐지는 두루마리
흰옷을 입고 강가에 오래 서성이던 사람이 장문의
안개다발을 들고 천천히 걸어 나온다
해가 지고 바람 불고 다시 아침이 올 때까지
지상의 표정은 바뀌지 않아서
그이의 손에서 퍼덕이는 문장들을 다시 방생하러 간다
한동안 안개가 짙어지겠다
출처 : 계간 《시와 사람》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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