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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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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테의 만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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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2.01.07. 13:47:18 추천: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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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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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의 만찬
김휼
나는 소녀, 검정 플레어스커트를 주세요
싱싱한 빛의 만찬에 참여하려면
열두 번의 잠 속을 돌아 나온
순전한 나드 향 불을 밝혀 들어야겠어요
백만 송이쯤의 작약을 뿌려도 좋겠지요
달무리에 감싸인 시린 예감을 당신이라 불러봅니다
노을은 외로운 이들을 위해 당신이 마련한 식탁
자전의 힘으로 노독을 벗은 해가
하루치의 죄를 씻기 위해 번제단의 불을 지펴요
어디선가 어린양의 울음소리 들려도 와요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
발골된 슬픔을 뭉쳐놓은 동공,
어떻게 돌아도 이르게 되는 당신의 여기
노란 리본을 달고 감춰왔던 상처의 매듭들은
어둠이 조여 오는 이곳에 모이면
세상 모든 색이 풀리듯 풀어지겠죠
노을빛에 절여놓은 말랑거리는 한 점의 시간을 꿀꺽,
캄캄한 맛이 검은 목구멍 뒤로 사라지고 나면
우리가 마주했던 수평선 위에 놓인 유리잔엔
달빛 쉐프 은사를 뿌려주겠죠
이젠, 그림자를 내려놓고 쪽배에 올라야 할 때
부르지 못했던 이름들을 천천히 부르며
건너야 할 강의 여백을 물소리로 지우며
출처 : 계간 《열린시학》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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