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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죄가 없다
강인한
긴칼을 절컥거리던 헤이따이상을
잊기 위하여 뽑아내라
벚나무를 뽑고 아무렴 수양버드나무를
심어야 하고말고
그러나
오월이 되면 알리라
유유히 떠다니는 허연 솜꽃,
버드나무의 무수한 영혼들
피부병과 안질을 거느리고
단박에 도시 전체를 장악하는
버드나무의 힘을
잘라라, 잘라버려라
모가지를 잘린 버드나무
시청으로 가는 버드나무의 일렬횡대
아, 무서운 근본을 끝까지 숨길 수는 없어
다시 돋아나는 것, 돋아나고 마는 것
그래도 어쩌자고 봄은 오는가
도시의 매연 속에 끌려와 십 년
해마다 팔을 잘리고 목을 잘려도
지긋지긋한
시늉, 목숨의 시늉이여
벚나무, 버드나무
나무가 무슨 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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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나무는 죄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