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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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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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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4.20. 18:36:06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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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장만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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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장만호
금간 독 속으로 저녁이 빨려 들어간다
무언가를 품고
한참은 가득했을 저 독 속에서
누군가 밤새 길어다 부은 물이
긴 여름 장맛비가
장맛처럼 짜디짠 한 여자의 일생이
저 속으로 들어갔다 빠져 나왔을 것이나, 나는
속을 모르고
나는 어떤 저녁인가
어떤 빛으로 물들어 가는 어둠인가
내 안의 부재를 들여다보는 일 많은데
오랫동안 부글거렸거나 얼고 녹았을 내장의 시간들이
서서히 빠져나간 후
수면 내시경을 받고서는 주름진 내장의 굴곡을
다른 꿈속인 듯 바라보는 늙은 어머니처럼
그걸 지켜보며 슬퍼서 슬퍼서 심장이 된 사람처럼
독은, 가만히
가로수에 머리를 대고
제 안의 늦은 저녁을 사유하고 있다
누군가 몰래
내가 품은 저녁을
내 부재의 실금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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