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은 시
아이디
암호
회원가입   암호분실
  ○ 김용호시인
  ○ 이점순시인
  ○ 선미숙시인
  ○ 정해정시인
  ○ 송미숙시인
ADMIN 2021. 04. 23.
  어린 여우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1.04.07. 20:50:56   추천: 1
명시: 이산하

어린 여우
어린 여우가 강을 거의 다 건너자마자, 그만 꼬리를 물에 적시고 말았다
(易經 64괘_‘未濟’편 괘사)

이산하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강이 하나 있다.
어린 여우가 건너기엔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되는
깊고 물살 센 강이 하나 있다.
그 강을 건널 수 없다는 것을
어린 여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나에게 붉은 꼬리를 흔들어 보인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 꼬리가 찬란한 깃발처럼 보인다.

이른 새벽
나는 강 앞에 쭈그리고 앉아 어제 먹은 것들을 토해낸다.
부서지지 않은 밥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젠 밥알 하나조차 변화시킬 수 없는
내 안의 마지막 배수진마저 무너진 것 같아
강물에 떠내려가는 지푸라기에도 큰절을 한다.
어차피 마음밖에 건널 수 없는 강
그 너머 또 다른 무엇이 존재할지 몰라도
결코 지금의 여기보다 더 허무할 수는 없겠지.

제 아무리 달음박질쳐도 끝내 닿을 수 없는 곳
닿더라도 지나온 길이 다 무너져야만 시작되는 곳
지금도 꼬리를 높이 치켜들고
부지런히 강을 건너가는 어린 여우여
네 남루한 깃발이 흘러간 아름다움이 아니라면
물에 적신들 가라앉기야 하겠느냐.
가라앉은들 빛이 바래기야 하겠느냐.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강이 하나 있다.
어린 여우가 건너기엔 가라앉지 않을까 우려되는
깊고 물살 센 강이 하나 있다.

출처 : 시집 《악의 평범성》 2021년 2월



글쓴이:  암호:  댓글:  
LIST  VOTE MODIFY DELETE WRITE  





전체글 목록 2021. 04. 23.  전체글: 29101  방문수: 3006425
명시
알림 하카마란*김용호2020.10.01.*
알림 그도세상 회칙
*김용호2020.04.25.*
알림 그도세상 홈페이지가 안 열릴 때
*김용호2020.01.12.*
알림 그도세상 홈페이지 연락처*김용호2019.08.12.*
알림 시를 올린 이유*김용호2018.01.25.*
알림  유머 모음
*김용호2013.08.17.*
알림 주옥같은시어모음*김용호2009.09.07.*
알림 한시 모음/그도세상/김용호
*김용호2007.04.20.*
29101 방향 이성진김용호2021.04.20.1
29100 멋진 친구야 용혜원김용호2021.04.20.1
29099 옛이야기 구절 정지용김용호2021.04.20.1
29098 그 겨울의 시 박노해김용호2021.04.20.1
29097 밤의 묵시록 마종기김용호2021.04.20.1
29096 당신께 바치는 노래 라빈드라니...김용호2021.04.20.1
29095 통회시편 김형영김용호2021.04.20.1
29094 딸을 위한 시 마종하김용호2021.04.20.1
29093 동병상련처럼 박라연김용호2021.04.20.1
29092 목계리 박라연김용호2021.04.20.1
29091 산다 다나카와 ...김용호2021.04.20.1
29090 넘기다 서안나김용호2021.04.20.1
29089 그래 그 아니면 박미리김용호2021.04.20.1
29088 노년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서옥김용호2021.04.20.1
29087 구멍 유이우김용호2021.04.20.1
29086 가여운 계절 박소란김용호2021.04.20.1
29085 귀 이규리김용호2021.04.20.1
29084 오늘 흘린 시간 동시영김용호2021.04.20.1
29083 달걀 박순원김용호2021.04.20.1
29082 짧은 말 박순원김용호2021.04.20.1
29081 집은 젖지 않았네 이근화김용호2021.04.20.1
29080 바쁜가 안정희김용호2021.04.20.1
29079 화살과 저녁 박연준김용호2021.04.20.1
29078 아픈 발을 끌며 진창을 뛰어가네 이기영김용호2021.04.20.1
29077 한때 꽃 민병도김용호2021.04.20.1
29076 인공누액을 넣는 그녀 박현수김용호2021.04.20.1
29075 복수초 이길원김용호2021.04.20.1
29074 비교와 고유함 조명연김용호2021.04.20.1
29073 동백꽃 배종숙김용호2021.04.20.1
29072 구름 이상철김용호2021.04.20.1
29071 꽃과 나무에서 배운다 이철환김용호2021.04.20.1
29070 저문 날 가야산에 올라 배창환김용호2021.04.20.1
29069 빨강 아날로지 이진홍김용호2021.04.20.1
29068 당신의 진정한 모습 론다 번김용호2021.04.20.1
29067 김밥 마는 여자 장만호김용호2021.04.20.1
29066 독 장만호김용호2021.04.20.1
29065 사춘기 황송해김용호2021.04.20.1
29064 졌다 황송해김용호2021.04.20.1
29063 찬미들 안녕 정영김용호2021.04.20.1
29062 힘들었지 임윤주김용호2021.04.20.1
29061 추파춥스 김륭김용호2021.04.20.1
29060 건물의 구조 정은기김용호2021.04.20.1
29059 烏耳 김윤김용호2021.04.20.1
29058 북창(北窓) 이홍섭김용호2021.04.20.1
29057 사랑한다면 정한경김용호2021.04.20.1
29056 묵상 김민수김용호2021.04.20.1
29055 지붕 위를 걷고 있다 김윤김용호2021.04.20.1
29054 고약한 사이 조성국김용호2021.04.20.1
29053 우럭 김선태김용호2021.04.20.1
29052 비 개인 봄날에 박광호김용호2021.04.20.1
29051 부끄러운 과거는 없습니다 주민관김용호2021.04.20.1
29050 마제파Mazeppa 김안김용호2021.04.20.1
29049 구름의 양지 이원문김용호2021.04.20.1
29048 섬 지은경김용호2021.04.20.1
29047 양심 지은경김용호2021.04.20.1
29046 고고 김종길김용호2021.04.20.1
29045 제비꽃 류인순김용호2021.04.20.1
29044 조팝나무 꽃 류인순김용호2021.04.20.1
29043 삶 김종순김용호2021.04.20.1
29042 늦가을 백운림김용호2021.04.20.1
29041 봄날 백운림김용호2021.04.20.1
29040 개나리 이은상김용호2021.04.20.1
29039 멜랑콜리아 진은영김용호2021.04.20.1
29038 메피스토 왈츠 진은영김용호2021.04.20.1
29037 월곡 그리고 산타크루즈 이재훈김용호2021.04.20.1
29036 오늘만 사랑하라 이주찬김용호2021.04.20.1
29035 나와 남 장영희김용호2021.04.20.1
29034 길 신달자김용호2021.04.20.1
29033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 되게 하소서 정진하김용호2021.04.20.1
29032 가슴을 꽃 피우려면 바바 하리...김용호2021.04.20.1
29031 강물이 될 때까지 신대철김용호2021.04.20.1
29030 밤하늘에 쓴다 유안진김용호2021.04.20.1
29029 비가는 소리 유안진김용호2021.04.20.1
29028 속죄 신미나김용호2021.04.20.1
29027 미스 프로이트의 가방 감옥전김용호2021.04.20.1
29026 바코드 고석종김용호2021.04.20.1
29025 들꽃이 된 그리움 안경애김용호2021.04.20.1
29024 깻대를 베는 시간 고영민김용호2021.04.20.1
29023 상처에서 자라다 황규관김용호2021.04.20.1
29022 문 안시아김용호2021.04.20.1
29021 바퀴 안시아김용호2021.04.20.1
29020 시간의 마차 위에서 공광규김용호2021.04.20.1
29019 소의 입장 허영자김용호2021.04.20.1
29018 깨운다 오경심김용호2021.04.20.1
29017 마음 기울다가 김경미김용호2021.04.20.1
29016 밤 속옷가게 앞에서 김경미김용호2021.04.20.1
29015 분명한 사건 오규원김용호2021.04.20.1
29014 세탁기는 출산 중이다 김경선김용호2021.04.20.1
29013 마루 밑 세상 최준김용호2021.04.20.1
29012 바람은 향기로운 생각입니다 오영록김용호2021.04.20.1
29011 백설부 김동명김용호2021.04.20.1
29010 참빛 인생 서병진김용호2021.04.20.1
29009 라이터 오은김용호2021.04.20.1
29008 기차 김남조김용호2021.04.20.1
29007 버린 구절들의 노트 김남조김용호2021.04.20.1
29006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유미성김용호2021.04.20.1
29005 4월의 바다 김덕성김용호2021.04.20.1
29004 첫 민들레 휘트먼김용호2021.04.20.1
29003 송년 김규동김용호2021.04.20.1
29002 사랑과 믿음 그리고 즐거움 안국훈김용호2021.04.20.1
RELOAD WRITE
1 [2] [3] [4] [5] [6] [7] [8] [9] [10]  ▶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