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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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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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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1.23. 18:18:09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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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박성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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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에 대하여
박성진
너를 정복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무척 어려운 숙제였다.
단단히 움켜쥐어서도 안 되고
가볍게 쥐어서도 안 된다.
으스러지거나 미끄러지거나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버리는 너를
나는 매번 대할 때마다 얼마나 난감해 했는지 모른다.
몇 번이나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지만
사랑은 아,
누가 중력과 부력의 균형점에 있다고 말했었던가
단단함도 가벼움도 아닌 그 힘의 중심에서
나는 오늘도 너를 붙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중인 것이다.
내 손안에 들어왔다 싶으면
어느 새 저만치 달아나버리고 없는,
그래서 더 하염없이 찾게 되는 안타까움
거품으로 서서히 녹아들 때까지
나는 너를 한없이 붙드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영영 붙들어 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나간 뒤에 남는 그리움처럼 번지는 비누향만이
너를 대하는 나의 또 다른 사랑은 아니었었나
아침 저녁으로
오늘도 나는 욕실 안에서 떠나가 버린
옛 애인을 찾고 있는 중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만이 뿌옇게
개수대 가득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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