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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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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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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1.10. 09:36:5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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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형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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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김형로
저는 정치를 모릅니다
제까짓 것에게 종교는 어울리지도 않고요
경제학도 심리학도 음악, 미술, 문학도 전 배운 게 없습니다
근데 그 고귀한 것들을 제가 주물렀다 하네요
참으로 황송할 따름이죠
저는 사람들을 조금 좋아한 것뿐인데
누구는 저주라 하고 누구는 악령이라 하네요
저를 만들고 키운 건 당신들 아닌가요
옛날이면 마을 하나 쓸고 사라졌을 텐데
당신들이 절 영웅으로 만들었잖아요
누구는 제가 정치를 한다 하고
누구는 종교마저 고개 숙이게 했다고 난리네요
저는 성부와 성자도 모르고요 알라신이나 나무아미타불도 몰라요
다만 저는 사람을 조금 좋아할 뿐이라고요
당신들은 먼 곳을 동경했고 속도를 사랑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천생연분, 온 지구로 뻗어갔던 거 아니겠어요
그것뿐이잖아요
인종도 이데올로기도 계층도 전 아는 게 없어요
그저 사람을 따라다녔을 뿐이라고요
저를 키운 건 열에 아홉이 당신
지구가 한 마을이라고 당신이 말할 때 저는 알아버렸죠
제가 지구를 들어먹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이쁜 이름까지 지어주니 눈물이 날 지경이지요
코로나 19,
이제 곧 2021년인데 여전히 저는 열아홉 살인걸요
출처 : 《모던포엠》(2020.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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