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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보낸다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0.23. 22:59:23   추천: 3
명시: 고은영

너를 보낸다

고은영

웃고 싶었다
희망의 봇짐을 열면
와르르 쏟아지는 환장할 웃음을

오랜 침묵을 깨트리고선 늦가을
골절된 미련을 샛노란 은행잎에 띄우면서
비로소 왜소한 나를 보았다

기다림은 얼마나 섭섭하고 지루했던가
너의 골수를 휘청이게 하던 날들은 또 얼마나 비겁했나
그동안 나의 침묵은 얼마나 길었고 얼마나 깊었나
몇 백 날이 그저 묵묵히 지나갔다

침묵은 이제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다
아무런 고통 없이 너를 보낼 수 있어 좋다
고이 너를 보낸다
그저 너를 보낸다

샛노란 은행나무 밑에서
엷은 미소 한 가닥 휘갈기고
너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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