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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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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호 남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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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0.23. 02:52:16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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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홍일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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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남자
홍일표
한 남자가 소리를 꾹꾹 눌러 죽이며 노래를 한다
온몸을 비틀며 억지로 울음을 몸 안에 구겨넣듯
간신히 밖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에 검은 지층의 혈흔이 묻어 있다
마디마다 불끈불끈 솟는
화염을 통과한 봉오리들
문을 닫고
바깥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위층 여자의 밤이 곤두서지 않게
숨죽여 부르는
한 남자의 노래
낮게 더 낮게 목쉰 봄의 허밍이 바닥으로 기어든다
구부러지고 뭉개져서
없는 얼굴로 시멘트 속으로 스미어 갈 곳을 찾는다
기타 소리도 들릴 듯 말 듯
이슬비로 흘러 어디 먼 곳에서 실 뿌리로 돋아날 듯
밤새 힘주어 버티던 외벽의 등허리가 갈라진다
지난밤의 울분과 모멸의 틈에서 비어져 나오는
목젖 붉은 꽃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속에서 들끓던 저녁의 목록이 흘러나온다
오래 어두웠던 귀가 혼자 중얼거리는 굴뚝의 독백처럼 깊어진다
출처 : 《서정과 현실》 (2020년 하반기 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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