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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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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태를 두드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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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0.12. 16:23:56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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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창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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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태를 두드리며
김창균
남도에 와서
먼 북쪽에서 온 먹태를 두드린다
예고도 없는 기별처럼
빗방울 발끝에 밟히는 소리처럼
또, 앉았던 의자 모서리에 때가 쌓이는 것처럼
그 오랜 시간 비바람 찬 기운 맞고 온 저것을
칼등으로 두드려
굳다만 묵 맛 같은 것을 서로 나눈다
황태보다는 섭섭하고 말랑한 검은 몸
그 몸피 속에 흰 살을 감추느라 안간힘 쓴 시간을
잘게 두드리거나 찢으며
남도 태생인 당신의 마음을 먼 데까지 모시고 갔다 온다
먹태가 당신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 시간
그 잠깐 동안 당신은 검은색 물이 들고
나이든 홀아비에게 시집온 타국의 젊은 여자는 말이 없어
나는 먼 곳까지 와서
그믐 같은 저녁을 맞으며
다리가 기운 낮은 밥상에
턱을 고이고 앉아
굳어버린 입을 하늘로 쳐들고 눈비 맞았을
저것에 마음을 써보기도 하고
또, 웃음 끝에 올 긴 울음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출처 : 계간 《포지션》 (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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