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 04. 26. |
 |
|
 |
|
|
|
|
|
 마이닝 크래프트 |
|
|
|
 |
|
|
|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10.02. 21:48:08 추천: 2 |
|
|
|
명시: 이현승 |
|
|
|
|
|
|
|
|
|
|
|
|
|
마이닝 크래프트
이현승
모든 코골이에겐 그걸 듣는 누군가가 있지.
나란히 누워 굿나잇 했는데 곧장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면
이번 여행에서 그 누군가는 당신 자신이겠지만
고막을 찢을 듯이 코를 골다가 갑자기 고요해지면
이번에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야 하겠지만
코를 고는 쪽이든 듣는 쪽이든
반드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덜 피곤할까 궁리해 보겠으나
어느 쪽이든 잠의 깊이는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제 콧소리에 놀라 깬다는 건
아무도 없는 불 꺼진 기차역에 혼자 내린 기분이다.
자다가 죽는다면 오복 중의 복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있지만
수면무호흡은 중죄인의 보석을 허락할 만큼 무서운 병인데
초저녁에 곯아떨어졌다가 인기척에 깼더니
다섯 살 난 딸아이가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을 때
나는 부끄러움에 발을 내디뎌야 할지
위로와 안도에 손을 내뻗쳐야 할지
나는 왜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
자꾸만 땅굴을 파는 소리처럼 느껴질까.
코 고는 소리에 잔뜩 집중하고 있는 딸아이의 표정은
아빠 너무 멀리 가지 마,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도대체 갱도 어디쯤까지 다녀온 것일까.
출처 : 계간 《포지션》 (2020년 여름호)
|
|
|
|
|
|
|
|
|
|
|
| 전체글 목록 |
2024. 04. 26. 전체글: 40223 방문수: 4883516 |
|
|
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