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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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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 그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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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9.27. 12:40:32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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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신영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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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그늘
신영애
빛이 없어도 그늘은 있다
그림자 하나 무늬가 되어 성장판을 닫았다
태아처럼 웅크린 저것은 더 이상 자라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어둠에 갇힌 것들은 그림자마저 자라지 않아
방치한 뒤꼍에서 미열처럼 숨을 지탱하고 있다
나를 먹고 사는 그는
웃자란 것의 갈증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꿈틀 거린다
빛을 마주보면 실체보다 긴 그림자로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지만
내가 품은 그늘은 아무에게도 그늘이 되지 못한다
무채색인 그곳에서 누구는 쉼을 얻고 누구는 우울을 본다
그 양면에 머무는 허상
그늘 그리고 그늘
문을 닫고
더듬이로 응시하는 그곳은 앞선 자들의 그늘이다
그 성긴 그늘에 오래 머물면 눈이 흐려지고 웃음 뒤끝이 서늘하다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안갯속에서 흐느적거리는 그림자일 뿐
빛을 따라 움직여야 누군가의 쉼터가 될 수 있다
그림자 있는 그늘과 그림자가 없는 그늘
나는 그늘을 품고 세상을 바라보느라
누구에게도 그늘이 되지 못하고 한 계절을 다 보냈다
출처 : 계간 《애지》(202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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