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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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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관능적인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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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9.27. 00:47:1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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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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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관능적인 밤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
짝 벌린 남자의 가랑이 한가운데를
여자는 흠짓흠짓 손을 댄다
남자는 키가 크고
머리가 막 벗겨지기 시작했다
여자는 분열증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로
'어떻게 지금까지 남자를 피해왔지?'
라고 남자가 질문할 것 같은 여자다
첫날밤 침대에서
(자, 이걸 좀 봐)
(만져봐)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진 않지만
따듯한 남자는 마음으로
자신의 몸과 여자를
바라보며 비교하는 게 참 좋았다
영화 이야기다
그런 아름다운 장면이 실제로는 없을 것이다
그런 따듯한 장면은 없다
어느 날, 괴로운 일로 우울한 날
무심코
아주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내 안에서
그 장면이 되살아났던 적이 있다
(자, 이걸 좀 봐)
(만져봐)
그때, 여자의 손이 뻗은 손대신
내 속에서 손이 뻗쳐서
손가락에 뭔가 아주 따듯한 것이 닿았다
침침하고
어느 곳보다도 깊은 인간의 가랑이
그 가랑이를
그렇게 열 수 있는 남자란
정말 어떤 사람일까
영화 속
그 사람이 해주던 대리 체험이
그때, 내 속에서 되살아나
부스러진 나를
그 한가운데서 따듯하게 해주었다
'(자신과) 결혼해서 (그녀가) 뭐든 다 꽃피웠다고 생각지 않아?'
내 속에서 살그머니 뻗친 손
그리고
따스한 음경에 닿은 촉감의 이미지
이처럼 은총과 같은 따듯함
어디서 왔을까
예를 들어
봄날, 쌓였던 눈 아래서 돌연히 나타나는
뻔뻔스런 검은흙처럼
예를 들어
막 새로 끓여놓은 뜨거운 물처럼
하지만
어떤 비유도 닿을 수 없는
그것이야말로
생의 심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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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전체글: 40223 방문수: 4883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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