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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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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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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9.27. 00:26:02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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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박용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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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박용진
떠났다고 하기에는
얼굴도 보지 않고 보낸 네가 있어서
그런 네가 생각나는 날은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고 침대에 누우면
담요를 덮고 누운 하얀 등이 보인다
투명한 솜털과 가녀린 팔뚝 위로 달빛이 내린다
늪 속에서 눌러 그린 압화 같다
언젠가를 만지작거리는 나와 달빛의 경계에서
완성된 적 없는 뒷모습이 착한 밤을 닮았다
너는 눈을 깜빡이며 천천히 혀를 내민다
코 아래 혀는 막 세상에 나온 아이 같다
혓바닥 위에서 데굴데굴 지구가 구른다
기다리던 얼굴이 되지 못한 채 침이 흐른다
그것은 달다 불편하게 달디달다
이내 혀를 뚫고 돋아나는 서러운 꽃잎들
너를 뒤덮는 서럽고 아름다운 잎사귀들
그러나 너는 한 번도 서러움을 안 적이 없어 서럽고
나는 이렇게나 완벽한 밤이 너무나 낯설다
불안의 가장자리에 송그리고 앉아 자장자장
소주를 또 마시게 되는 것이다
조금씩, 하얗게, 사뿐하게, 내려앉는 밤이 보인다
알고 있다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너를 다시 또 생각하면
그 밤의 차갑던 병동 같은
도무지 깨지지 않던 유리 같은
달빛이 내려
재도 없이 하얗게
너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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