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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한글큰사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9.17. 19:29:13   추천: 1
명시: 김원호

아버지와 한글큰사전

김원호

이사할 때마다
나를 갈등하게 만드는
무겁고 두꺼운 여섯 권짜리 『한글큰사전』.

그 엄혹했던 부산 피난 시절
아버지는 첫사랑을 만난 얼굴로
발 뻗기조차 어려운 좁은 판잣집에
한 권씩 한 권씩 가져오셨다.

책상으로 쓰는 사과 상자 위에
그 사전을 올려놓고
누구도 그 사전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는 학자도 아니면서
책꽂이에 한글 이론 서적이 수두룩했다.

최현배의 『우리말본』『한글갈』, 김윤경의 책,
조선어학회에서 나온 『조선어맞춤법통일안』,
그리고 일제 때부터 모아온 『한글』이란 잡지들

일제 말기 캄캄한 시대에
이 잡지들을 독립운동 문서나 되듯이
장롱 맨 밑바닥에 감춰왔다고 자랑스레 말씀하셨다.

전쟁 전 어느 날
용두동 어느 골목길
다 찌그러진 초가집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총각 시절 동네 사람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고려학원’ 자리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간 후
그 귀한 아버지의 장서들을
어머니는 고물상에게 모두 팔아버리고
고물상은 『한글』 잡지들을
고려청자라도 얻은 듯이 허겁지겁 집어 갔다는 뒷 얘기만 들었다.

그 뒤로 낡고 무거운 『한글큰사전』을 멍에처럼 지켜오며
내 마음 바탕에 아버지의 얼굴이
어느새 멍 자국으로 새겨졌음을 깨닫는다.

출처 : 월간 《현대문학》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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