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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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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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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8.27. 08:44:28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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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박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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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길
박서원
안개가 낄 적에는 모든 길은 하늘로 향하네
내가 어릴 적 호기심으로 매단 유리 목걸이처럼 안개는
단단한 껍질과 순한 살결로 저 멀리 밀림의 범과 여우를
순하고 단정하게 만드네
나는 바바리 깃을 죄고 내가 할 일을 찾네
뭘까?
안개가 매어달린 잎사귀들의 몽롱함은
안개가 걷힌 뒤에도 계속될까? 나를 위해 기도하다 지쳐
돌아누운 어머니, 나는 안개 때문에 몸져누울 것 같은 발광을
역시 안개 때문에 가라앉히네
사물은 조금씩 보이지 않는 틈을 타 번식하고
조금도 번식할 수 없는 건 안개 속의 사랑
나는 무얼 할까 기절하도록 안개 속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나만이 가진 냉혈의 연애기질 탓일까 냉혈의 연애라니
당치도 않아, 지금 안개의 공간은 차고 이질적인 기질을 내 가슴에
채워두고 더 이상 내가 아니길 기다리는 것일 게야
나는 서서히 공간의 금속과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흘리지 않는
비결 속에 있네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안개가 자욱해질 수록 길은 넓어지고 하늘은 펼쳐지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네 갈 곳을 정해야해, 하지만 어디로?
안개는 뿌리가 길어 잠들고 싶어하는 나무들까지 하늘로
치솟게 해 아무것도 안 보이네
안개가 사라지면 물방울들이 모여 세상은 밝아질까?
그런데 그게 정녕 내 소망인지는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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