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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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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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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8.26. 23:15:11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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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최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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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
최하연
우리 이제 시침과 분침의 정관을 묶고
초침에서 태어나는 아이만 키우는 거예요
똑, 하는 순간 아이가 군대를 가고
딱, 사람들이 아이의 무덤에 떼를 입히고 있네요
다시 한번 똑, 이 돌아오는 동안
활자 하나가 모니터에서 사라지고
텍스트의 바깥에선
비아그라를 먹은 달들이 망부석 하나씩 안고
절벽 끝으로 달려가지요
이 줄엔 아이들의 프로필을 써넣을 작정인데요
아, 벌써 줄이 지나가고 말았네요
장례를 마친 초침이 순간 움직이지 않아요
건널목 위의 노란 버스가 움직이지 않고
불타는 합숙소의 불꽃이 움직이지 않고
비브라토의 마지막 떨림이 움직이지 않아요
하지만 커서는 여전히 깜박이고
나는 다음 줄을 계속 써넣어야 해요
정수리 위로 까마득히
텍스트만 알고 있는 만큼 그만큼 멀리서
누군가 핀셋을 뻗어와 빌딩들을 집어내고 있네요
아스팔트를 뚝뚝 부러뜨려 들어올리고 있어요
이 글의 다음 줄은
원심분리기 속이에요
비커에 절여진 아버지들이
빛의 속도로 달리기를 하고 있네요
딱, 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달리기를 마친 아버지들이
원자번호 몇 번째로 저장되는지
당신과 내가 끝까지 볼 수 있을까요
다음 줄은 쓰고 싶지 않아요
그 다음 줄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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