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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사랑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8.26. 23:13:45   추천: 5
명시: 안종원

은행나무 사랑

안종원

은행나무 아래
가을이 노랗게 물들었다
비단옷에 울금 물이 배이듯
연지리에서 시작된 마음이
발목까지 환하게 물들었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그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게 물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가을밤도 난 외롭지 않으리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대가 미리내 처럼 내 안에 들어와
황금빛으로 피어났던 그 날
침상에서 온몸이 물들었다

가을이면 어느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마음으로
고백하듯 파란 하늘 위에 연서를 쓴다

세상의 어느 모퉁이에서
단 한 사람 그대에게 물들었듯이
그렇게 깊어 가는 가을 숲 언저리
겨자 빛 은행나무 이파리처럼
가슴 가득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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