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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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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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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16. 12:13:1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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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차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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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차주일
사람을 벽 앞에 세우고 전등을 켠다.
사람보다 일 할쯤 큰 그림자가 벽면에 나타난다.
사람을 밝힌 것인데 사람보다 어두운 그림자
사람도 모르게 사람을 싸매고 이동한 그림자
상징을 골몰하는 석상처럼 서 있다.
사람을 눈치채지 않으면 따라 할 수 없는 생각을
그림자가 먼저 하고 있다.
먼저 한다는 미래에서 더 큰 목소리
따라 한다는 늘 새로운 일
첫사랑을 켜면 눈동자가 커지는 것처럼
대상을 생각하며 행동하게 되는 것처럼
그림자가 사람을 주관하고 있다.
그림자가 빛을 옮기기 위해 어둡다는 것
눈치채지 못해 눈 깜박일 때가 잦다.
이 점멸 속에서
어둠에 빛을 담을지, 빛에 어둠을 담을지
결론 맺는 게 사람의 일생 아닐까.
행낭에 담기는 내용물이
후생에 쓸 감정이구나 눈치챌 때
그림자가 사라지고
사람보다 일 할쯤 줄어든 주검이 쓰러져있다.
빛을 모두 부려놓고 몸 옴츠리고 있다.
일 할쯤 더 밝아 본 몸은
구 할을 소등해야 비로소 진다.
주검의 체온이 온전히 식으면
얼굴보다 일 할쯤 밝은 미소가
후생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한다.
한 사람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한순간의 표정을 감싸기 위해
살아남은 사람이 사후를 걷고 있다.
출처 : 《시인시대》(202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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