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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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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둥산은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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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12. 21:22:19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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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전숙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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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산은 살아있다
전숙영
가까스로 하늘의 한 쪽 어깨만을 빌렸을 뿐
보이는 건 절망이었다
햇살도 제 몸을 허락지 않았고
바람도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눕지도 서지도 못한 절벽
그리움이 끝 만큼 솟아 있고
기다림의 폭 만큼 패여
굳어버린 망부석 되었는데
바위틈
묵은 이끼는
갓 시집 온 새색시 마냥
바람에 간지럼 타며 수줍게 웃는다
馳念(치념)이 하늘에 닿았나
순정이 化遷(화천)을 하였나
바람 등에 업혀
유배 마친 풀씨 하나
생존의 뿌리를 내리고
혼자는 외로웠을까
홍백의 다리발 매고
신명나게 춤을 추는 무당처럼
꽃씨는 신들린 듯
제 살 찢어 허공에 날린다
달빛에 취한 듯 거품을 토하고
햇빛에 반한 척 쓰러진 자리마다
흥건한 피고름 고여
백년의 잠을 깨운 화훼여
에헤라
들불로 일어서는 꽃들의 화냥끼
요염한 웃음이 밤낮으로 들리고
만삭의 산
해산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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