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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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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진res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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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10. 14:06:57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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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설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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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resin
설하한
꺼진 형광등에서 옅은 빛이
꿈틀거린다
이가 빠진다 이가 모조리 빠진다
이 빠지는 꿈은 누군가가 죽는 꿈이라는데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만들어질 때 새와 물고기와
들짐승이 만들어지고 그 다음날 사람이 만들어졌다고 믿는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사람 아이만한 물고기의 머리가 잘린다
물고기는 머리를 잃어버린 채로도 몸부림친다
그건 신경에 남은 전기신호일 뿐이라고
칼을 든 사람이 말한다
팔리지 못한 것들은 버려질 것이다
썩는다 썩는다 레진은 치아와 구분하기 어려워 심미성이 뛰어납니다
한 사람이 지폐를 건네주고 죽은 물고기를 받는다
물고기는 초막토막 이곳을 떠난다
어떤 과학자는 우주의 모든 것을
빛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했다
빛을 사랑하는 빛
빛을 덮는 빛
산 채로 깃털이 뽑히는 빛
머리가 잘리는 빛
빛을 삼키는 빛
빛
빛
지폐 몇 장을 쥐고
밤의 시장에 새를 구하러 간 아이였던 적이 있다
새장 가장 구석에서 몸을 잔뜩 부풀리고 있던
작은 새를 집에 데려온 후에도
새장의 가장 구석에는 새가 있었다
이가 빠지는 꿈은 누군가 죽는 꿈이라는데
물고기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웃을 사랑하라
나는 자라는 동안 치아 몇 개를 때웠다
그러나 물고기의 영혼 같은 것
새장에 주인도 없이 남겨진 그림자
그런 것들을 빛으로 설명할 수 없을 거라는 믿음을
움켜쥔다
나는 이곳을 떠난다
출처 : 계간 《문학동네》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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