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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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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한 근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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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10. 14:06:22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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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최형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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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근처
최형심
그가 서쪽으로 난 창을 열었다.
햇빛에 비친 머리칼이 희게 빛났다.
목덜미에 박힌 햇살을 만지자
이마엔 푸른 그림자……, 눈썹이 젖었고
그늘의 길을 따라 눈자위가 깊어졌다.
입술이 꽃 진 흔적을 닮아 있었다.
가만히 고요를 물고 서 있는 동안,
그는 날개가 말라붙은 자리부터 부서져 내렸다.
정오를 지나온 시계의 여음(餘音)이 그를 들여다보았다.
꿈속처럼 눈 내리고
나무에 묶여 늙어 가는 수레의 잠 앞에서 그는 길을 잃었다.
발바닥엔 짓이겨진 별들…….
높은 나무 아래를 지나 아득한 숲으로 간 이들의
실핏줄을 더듬으며 걸었다.
발치에 속눈썹이 하나 둘 떨어졌다.
너무 많은 어둠을 소모했으므로
눈알이 점점 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가 손을 씻었다.
고요가 손끝에 엉켰다.
손등에 푸른 윤곽이 피었다 졌다.
물빛 그의 어린 시절은 어디로 갔을까.
기다렸으나 오지 않는 것들은 많다.
손톱 끝에 맺힌 고요를 마저 털고
그가 빈손을 들여다본다.
창밖에 오래전 눈먼 나무가 있다.
출처 : 계간 《열린시학》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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