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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음의 기원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9. 18:37:43   추천: 2
명시: 김완수

울음의 기원

김완수

하루가 폐경을 맞는 시간
발을 헛디뎌 펄에 오른 폐선같이
허수아비가 실어의 늪에 빠져 있다
침묵의 뿌리를 내린 채
떠도는 말들을 물리친 지 오래
울음만 앙상하게 솟아 있다
가슴에도 성대가 있다면
울음은 결절의 소리일 것이다
바람이 뼈를 묻으려다 체념할 때
폼페이* 사람들의 일그러진 최후가 보인다
새들은 잔인해서
뼈에 남은 소리의 살점까지 찾는가
어쩌면 새들은
부러진 말들을 세우려 했을지 모른다
낯익은 바람이 돌아오더니
허수아비의 마른입을 적시려는 듯
허공에 잠깐 물 무늬를 그린다
나는 울음의 기원을 생각한다
저 오래된 침묵은 언제 입을 닫았을까
뼈마디마다 가다듬던 소리들이 감겨 있다
문명의 물가에서 떠밀린 외로움
하늘도 입을 닫자
허공에서 차가운 입 냄새가 난다

* 폼페이(Pompeii) :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 연안에 있던 고대 도시

출처 : 《모던포엠》(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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