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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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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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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5. 17:53:08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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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전동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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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뱀을
전동균
이제 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에요
도둑들, 뚜쟁이들, 사기꾼들은 나를 친구라고 불러요
마른 나뭇잎의 선명한 무늬를 갖고 싶었죠
하루에 한 번쯤은 거짓 없는 눈으로
하늘을 열고 싶었어요
알아요, 알고 있어요, 나는 버려졌고
버려짐으로써 해방되었다는 것을
내가 가야할 곳은 이미 사라졌거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엄마 장례식날 고무줄 놀이하는 아이처럼 살래요
햇볕 한 줌 못 뿌리면서
꽃 한 송이 못 피우면서
어떻게 사랑을 노래할 수 있겠어요
내 안에 담긴 것, 내 곁에 있는 게 무엇인지
말하지 마세요 제발
거미줄에 걸린 벌레의 파닥거림,
아무리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속옷의 얼룩을 보는 게 나의 기쁨이니
어느새 뱀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출처 : 격월간 《현대시학》 (2020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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