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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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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엄치는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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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5. 14:51:45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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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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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 소녀
김연아
핏빛으로 물든 저물녘 부둣가
검은 옷을 입은 사내 홀로 낚시를 한다
흰 뼈만 남은 물고기가 줄 끝에 올라온다
익룡의 후손 같은 커다란 새가
흰 뼈를 낚아챈다
크레인의 강철 손은 물속으로
총알 상자를 떨어뜨린다
너는 물고기자리에 앉아 트럼펫을 분다
헤엄치는 소녀가
물 위로 고개를 내민다
네 부드러운 입김을 나에게 줘
나의 심장은
너의 리듬에 맞춰 두근거렸어
사내가 물고기의 흰 뼈를 낚는 동안
크레인의 집게손이 물고기 몸을 가진 소녀를
거꾸로 집어 올렸다
철탑 주위를 도는
새의 눈엔 뱀의 안광이 번뜩였다
소녀가 공중으로 끌어 올려지다
부둣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다.
소녀의 비명이 부두에 울려 퍼진다
검은 옷의 경찰들이 달려오고
흰 구급차와 동물 수송차가 도착한다
소녀의 몸을 따라 바닥에 하얀 선이 그려지고
플래시가 터지고
소녀의 몸 안에서 흰 물고기 뼈가 드러난다
검은 옷과 흰 옷들은 좌우에 서서
톱을 들고 소녀의 몸을 자른다
잘린 몸의 반은 구급차에
반은 동물 수송차에 실려 간다
소녀 모양의 하얀 선이
부둣가에 누워 있다
너는 트럼펫을 불며 소녀의 그림자 주위를 돈다
보이지 않는 신들은 교미를 하고
물고기자리 그림자를 바닥으로 내려보낸다
소녀의 그림자를 태우고
구름을 건너 별자리가 간다
너의 트럼펫 소리가 빈 하늘에 울려 퍼진다
밤의 눈꺼풀이 검고 푸르게 내려앉는다
출처 :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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