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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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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사지(廢寺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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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5. 14:50:49 추천: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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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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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廢寺地)
김인숙
기슭은 물 주름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허우적거린 물의 껍질
부주의하게 뛰어든 저 첨벙거렸던 한 때
내가 일으킨 물 주름을 밟고 뭍에 올랐다
기슭만큼 높은 탑이 또 있을까
버려진 인간의 표정으로 쌓여진
신의 탑
깔깔대며 물장구치던 강물에 십층이 빠져버렸다
까치발을 들고 높은 가지에 꿈을 걸려는 순간
이십층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갈수록 먼 곳의 조망이 사라졌다
탑은 하늘의 깊이
저녁 답의 허공이 잠시 지상에서 눕는 곳
한 곳으로 정착하는 생몰의 교착 점
파랗게 봄의 밭으로 돋던 시절도
씀바귀 뿌리처럼 엉키던 이별의 구근들은 왜
추운 봄날에 입맛을 두고 있었나
우물거리던 쓴 말과 대답들
별을 따려는 순간 오십층도 무너져 내렸다
철부지 인간이 피워 올린 불꽃놀이는
어둠에서 무릎을 꺾었다
출처 : 열린시학회 동인지《모서리를 걷다》(2019 제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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