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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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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 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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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5. 14:16:40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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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민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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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상자
김민철
소나기가 갑자기 그치면 태양은 당황스러울까
햇빛이 구름 위에 앉아 느긋하게 쉬다가
정리하지 못한 빛들을 쏘아 보낸 것이 무지개이다
수명이 짧은 무지개의 뿌리는
반달곰만이 자주 발견하곤 하는데
산맥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무지개의 둥근 선을 볼 때마다
크게 노래했고
음정과 음정을 잇는 긴 호흡으로 한낮의 길이와 습도를 가늠했다
무지개가 뿌리를 내리는 곳은
늘 민들레가 듬성듬성 피어있는 고갯길,
높새바람이 반달곰의 등을 밀어주고
때까치가 반달곰의 손을 잡고 끌어당겨 데리고 간 곳에서
무지개의 뿌리를 캐면
하필이면 김치, 귤, 바나나, 알로에,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
사람처럼 높은 곳까지 걸어온 까닭일까
아버지가 되고 싶고 어머니가 되고 싶고
좋은 아들이 되고 싶은 마음이 보물일까
오늘도 산적들이 무지개의 뿌리를 찾으러
산맥의 구석구석을 어슬렁거린다
그러나 반달곰은 심마니처럼
무지개가 뿌리를 내린 곳을 혼자만 알고 있을 셈이다
출처 : 계간《시산맥》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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