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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과 마음과 식사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5. 13:31:39   추천: 2
명시: 심민아

점과 마음과 식사

심민아

귀신처럼 앉아서 밥을 먹어요
내가 가진 악의를 조그맣게 쥐고서

귀신처럼 찾아가서 밥을 끓여요
부담스럽게 큰 혀를 이리저리 넘겨가면서

귀신처럼 창문으로 기어 들어가 밥을 데워요
진저리나게 똑똑하고,
꼭 그만큼 못된 사람들과 둘러앉아서

귀신처럼 향내 속에 밥을 넘겨요
살과 화석을 줄줄이 늘어놓고서

귀신처럼 촛불 아래 밥을 삼켜요
검게 변한 은수저를 쪽쪽 빨면서

멸종 동물의 헌팅 트로피 아래 밥을 안쳐요
딱 한 자리가 비는 데에다 밥을 차려요

출처 : 월간 《현대시》 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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