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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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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날마다 꽃집에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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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5. 09:01:47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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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이승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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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꽃집에 간다
이승희
사라진 대륙의 어디쯤에서
부드러운 빵 속에서 오래 잠든 아이들처럼
가지마다 잎사귀마다 연두의 손가락들이
특별한 피가 되는 곳
동화 속 아이들이 읽는 동화를
훔쳐보는 일이라면
나는 언제 등장합니까
자꾸만 오줌이 마렵고
발목이 간지러워지는데
어제와 똑같은 시간
날마다 반복되는 오늘의 슬픔만큼
그저 조금 천천히 죽어 가는 식물을 주세요
너무 멀리는 가지 말라고
참새 혀만 한 입으로
그렇게 말해 줄 식물을 주세요
몸을 오래 핥다 보면
나도 어떤 식물이 될 수 있을까요
초록의 괴물이 되어 몸 속으로 숨어버릴 수 있을까요
죽은 꽃나무는 왜 치우셨어요
멈춘 시계의 시간 속에서
꽃이 운행하는 행성들의 소리
고요한 건 소리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어서
별이 태어나듯
꽃집의 동화는 조금씩 완성된다
눈먼 나를 데리고 가서는 다시 오지 말아 주세요
출처 :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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