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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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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감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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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4. 23:16:57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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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시미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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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감정
시미경
뒷걸음으로 달려가는 기억이
나를 젖게 한다.
보내도 떠나지 않고
슬쩍 나타나는 것들
속내를 털어 놓고도
아프지 말아야 할 감정들이
귓전을 어루만지는 음악처럼
오래된 물음으로 스며들고
대단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향기로
뜨겁게 채워보는 입술 안에서
매마른 가을 엽서로 찾아 든다.
외로움이 뒤엉켜
싸하고 달달한 기억을 떠올리면
떨어진 꽃잎 위로 하얗게 스미는
그리움
보고 싶은 얼굴, 만나고 싶은 사람
잎 붉은 왕벚나무 가지 사이로
들썩이던 호숫가에 우수수 흩어지는
감정들을 꽃잎처럼 주워 담고
품어 봐도
나의 못 다한 말들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떨어져 수북하다.
서로 그리운 쪽으로 턱을 고이고
거기서 나는 늦가을 나무가 되어
휑한 눈으로 아직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버려져 나뒹구는 호숫가
구불한 길 흔적을 찾아 밟으며
통증 같은 그리움을 참아내는
일이라고 애써 지워 본다.
다시 서둘러 돌아서야 한다는 것은
물비늘 흐느끼던 호수에
속마음 내던지고
가까스로 눌러 삼키는 일
그저 오늘의 내 감정을
들키지 않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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