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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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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내게 대단한 일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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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4. 16:25:3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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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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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내게 대단한 일을 했어요
김하인
흐르는 냇가에 두 발 담그고
내가 걸어온 길들을 씻겨줬어요
내 더딘 걸음을 참아준 길들의 이마가
맑아지도록 뽀득뽀득 씻겨줬어요
길 끝에 열매처럼 달린 집
길 끝에 잎처럼 달린 마당
길 끝에 꽃처럼 달린 방,
그 안에 당신이 맺혀 있어서
나는 언제나 그 먼 길을
춤추듯이 걸어갔었지요
그러고 보면 당신, 내게 참 대단한 일을 했어요.
나는 나무처럼 붙박여 살기를 바랬었는데
당신은 세상의 모든 길 끝에다가
그대를 두어 내게 삶을 걷게 해줬지요.
내 두 다리는 떡갈나무처럼 튼튼해졌고
열 발가락이 도토리처럼
토실토실해졌어요.
그 튼실한 기다림이 너무 좋았어요
지상의 길 끝 방에 언제나
불을 켜두었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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