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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 속의 고양이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7.03. 16:15:18   추천: 20
명시: 강서완

양파 속의 고양이

강서완

둥글린 무지개 첩첩 달의 깊은 속,

업을 입이라고 읽으면
희고 검은 씨를 경작하는
말의 집, 거기
고삐 없는 붉은 짐승

겹겹 달의 냄새를 벗기면
문고리에 달라붙는 한기처럼
날 서린 껍질들
흰 아치지붕에 범람하는
모자와 무덤의 탁상은
자정과 정오의 표정이 된다

등지고 멀어져 가는 높고 낮은 색감들
눈 내리는 극과 극,
흑백의 아린 귀를 접고
별별 무덤을 햇살에 씻어 말리면
투명한 컵에서 푸른 잎사귀가 돋는다

모자를 다 허비하고서야 보이는, 텅 빈, 바람과 햇살

그러니 물 속에 잠긴 말들은 흙에 묻자
새롭게 돋는 기호로 의미를 심자

무릎에 수염을 파묻은 저녁의 고양이를
찬찬히 쓰다듬으면 입을 업이라고 읽는

매운 달 속의 고양이 사분사분
허공에 황금빛 쏟으려나

등에 진 노을을 한껏 부풀린 달은 점점 둥글어지고

출처 : 계간 《포지션》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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