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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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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올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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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4.17. 23:02:14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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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문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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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바람
문귀숙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며 보내는 은밀한 야유,
천기를 읽는 몸이 근지럽다
하늘이 머리 위로 내려앉고 휘장을 두른 듯
먹구름의 그림자로 도도하게 흐르는 혼돈
태초처럼 바람은 방향을 주지 않고
가로수를 간단없이 희롱한다
바람에 손목 잡혀 나온 거리
각시붓꽃 눈 화장, 입술에 활짝 핀 동백꽃 그려 물고도
마음은 회오리쳐 마른 먼지를 감아 올린다
분홍색 창살에 날개를 부딪치는 좌판의 새
미심쩍은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는 행인들
새장을 빠져나온 울음은 황황히 쓸려 가고
더러 밟히는 웃음을 줍는 아이들
찢어진 치마폭이 창백한 허벅지를 드러내고
철 지난 외투가 좀 색스럽기로,
서둘러 비껴 서고 한참을 뒤돌아보는 사람들
가슴에 두었던 이름을 불쑥 게워내며
천기를 읊조리면 보도블록 사이 마르다 눈뜬
풀들만 귀를 기울인다
갇힌 새의 울음처럼 습기 먹은 중얼거림
분주하던 손을 멈춘 늙은 새장수 손사래를 친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것을 기다리는
온몸을 휘감는 바람의 미몽(迷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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