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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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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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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4.17. 21:43:36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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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신영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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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신영배
달빛을 전시할 순 없다고 했다
달빛으로 의자를 만들다니
의자를 전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의자 옆 소녀라니
소녀를 전시할 수 없다고 했다
치우라고 했다
그녀는 달빛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미술관 벽이 달빛을 따라 움직였다
달빛을 끌고 갈수록 미술관은 점점 넓어졌다
전세계미술관 제1전시실
#누구나 옮길 수 있는 의자
의자를 끌고 갔다
발자국이 생겼다
의자는 길가에 놓였고
나무 아래였다
나무가 의자 속으로 들어갔다
나무를 끌고 갔다
발자국이 생겼다
나무는 강가에 놓였다
강물이 나무 속으로 들어갔다
강물을 끌고 갔다
발자국이 생겼다
제2전시실 달빛발자국展
누군가 그 의자에 못을 박았다
누군가 그 의자에 침을 뱉었다
누군가 그 의자에 낙서를 했다
달빛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뾰족한 못 위에 앉아도 찔리지 않는 치마를 발명했다
악취가 나는 침에도 더러워지지 않는 치마를 발명했다
낙서 위에서 쓰는 시를 발명했다
제3전시실 달빛치마展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의자
#내가 아주 작은 소녀일 때
소녀가 달리면 달리는 나비
소녀가 서면 서는 나비
소녀가 춤추면 춤추는 나비
소녀가 날면 나는 나비
제4전시실 달빛나비展
끌려갔다
끌려갔다
끌려갔다
끌려갔다
끌려갔던 곳으로
끌려갔던 곳으로
달빛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달빛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그 티브이에선 지도가 재생되었다
끌려갔던 끌려갔던 끌려갔던 끌려갔던 곳
곳 곳 너무 먼 곳 곳 너무 많은 곳
곳 여기
여기
강가의 의자에 앉았다
물결에 닿자 의자가 물렁해졌다
여자가 일어섰다
거대한 달빛치마가 펼쳐졌다
달빛치마에 스며들어 의자가 켜졌다
그 티브이 환하게
제5전시실 달빛티브이展
여자가 걸어갔다
거대한 달빛치마가 움직였다
어두운 곳으로
더러운 곳으로
무서운 곳으로
환하게 움직였다
#어디서든 켜지는 의자#언제든 켜지는 의자
달빛을 끌고 가는 여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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