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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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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함판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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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3.29. 12:45:20 추천: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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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유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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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판 사진
유하
이력서를 쓰기 위해
명함판 사진을 찍다 난
사진관 벽에 떡하니 걸린
황소의 두상을 보고 피식 웃었어
히히, 소의 명함판 사진이라니
웃으면 어떡해요
어릴 적 할아버지 손잡고 따라갔던
우시장 생각이 나서
소똥 질펀히 쌓인 삼백 년 묵은 측백나무 아래
불안한 듯 꿈벅이던 소들의 눈동자
막상 소 장수와 소들 사이의 면접은
너무도 싱겁게 끝이 나더군
너구리같은 소 장수들은 어금니만 보고
소들의 이력을 잘도 알아내더라고
에이, 이놈은 겁나게 늙어버렸구만
삼촌 대학 등록금 우리 누렁이도
부실한 어금니 덕에 눈물 뚝뚝 흘리며
헐값으로 팔려갔지
자, 이쪽으로 약간만요
찰칵-
오늘도 난 스물 여섯 해의 부실한 생애를
품질 좋은 어금니로 함축시키기 위하여,
황소처럼 눈을 땡글땡글 뜨고
명함판 사진을 찍었어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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