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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2020. 05. 26.
 해변의 묘지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3.29. 12:45:09   추천: 1
명시: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폴 발레리 1871-1945

비둘기들 노니는 저 고요한 지붕은
철썩인다 소나무들 사이에서, 무덤들 사이에서.
공정한 것 정오는 저기에서 화염으로 합성한다.
바다를, 쉼 없이 되살아나는 바다를
신들의 정적에 오랜 시선을 보냄은
오 사유 다음에 찾아드는 보답이로다.

섬세한 섬광은 얼마나 순수한 솜씨로 다듬어내는가
지각할 길 없는 거품의 무수한 금강석을,
그리고 이 무슨 평화가 수태되려는 듯이 보이는가
심연 위에서 태양이 쉴 때,
영원한 원인이 낳은 순수한 작품들,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지식이로다.

견실한 보고, 미네르바의 간소한 사원,
정적의 더미, 눈에 보이는 저장고,
솟구쳐 오르는 물, 불꽃의 베일 아래
하많은 잠을 네 속에 간직한 눈,
오 나의 침묵이여……
영혼 속의 신전,
허나 수천의 기와 물결치는 황금 꼭대기, 지붕

단 한 숨결 속에 요약되는 시간의 신전,
이 순수경에 올라 나는 내 바다의
시선에 온통 둘러싸여 익숙해진다.
또한 신에게 바치는 내 지고의 제물인 양,
잔잔한 반짝임은 심연 위에
극도의 경멸을 뿌린다.

과일이 향락으로 용해되듯이,
과일의 형태가 사라지는 입안에서
과일의 부재가 더 없는 맛으로 바뀌듯이,
나는 여기 내 미래의 향연을 들이마시고,
천공은 노래한다, 소진한 영혼에게,
웅성거림 높아 가는 기슭의 변모를.

아름다운 하늘, 참다운 하늘이여, 보라 변해 가는 나를
그토록 큰 교만 뒤에, 그토록 기이한,
그러나 힘에 넘치는 무위의 나태 뒤에,
나는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내맡기니,
죽은 자들의 집 위로 내 그림자가 지나간다
그 가여린 움직임에 나를 순응시키며.

지일(至日)의 횃불에 노정 된 영혼,
나는 너를 응시한다, 연민도 없이
화살을 퍼붓는 빛의 찬미할 정의여!
나는 순수한 너를 네 제일의 자리로 돌려놓는다.
스스로를 응시하라.
그러나 빛을 돌려주는 것은
그림자의 음울한 반면을 전제한다.

오 나 하나만을 위하여, 나 홀로, 내 자신 속에,
마음 곁에, 시의 원천에서,
허공과 순수한 도래 사이에서, 나는
기다린다, 내재하는 내 위대함의 반향을,
항상 미래에 오는 공허함 영혼 속에 울리는
가혹하고 음울하며 반향도 드높은 저수조를

그대는 아는가, 녹음의 가짜 포로여,
이 여윈 철책을 먹어드는 만(灣)이여,
내 감겨진 눈 위에 반짝이는 눈부신 비밀이여,
어떤 육체가 그 나태한 종말로 나를 끌어넣으며
무슨 이마가 이 백골의 땅에 육체를 끌어당기는가를?
여기서 하나의 번득임이 나의 부재자들을 생각한다.

닫히고, 신성하고, 물질 없는 불로 가득 찬,
빛에 바쳐진 대지의 단편,
불꽃들에 지배되고, 황금과 돌과 침침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곳, 이토록 많은
대리석이 망령들 위에서 떠는 이곳이 나는 좋아.
여기선 충실한 바다가 나의 무덤들 위에 잠잔다.

찬란한 암케여, 우상숭배의 무리를 내 쫓으라
내가 목자의 미소를 띄우고 외로이
고요한 무덤의 하얀 양떼를,
신비로운 양들을 오래도록 방목할 때,
그들에게서 멀리하라 사려 깊은 비둘기들을,

여기에 이르면, 미래는 나태이다.
정결한 곤충은 건조함을 긁어대고,

만상은 불타고 해체되어, 대기 속
그 어떤 알지 못할 엄숙한 정기에 흡수된다.
삶은 부재에 취해있어 가이없고,
고초는 감미로우며, 정신은 맑도다.

감춰진 사자들은 바야흐로 이 대지 속에 있고,
대지는 사자들을 덥혀 주며 그들의 신비를 말리 운다.
저 하늘 높은 곳의 정오, 적연부동의 정오는
자신 안에서 스스로를 사유하고 스스로에 합치한다.
완벽한 두뇌여, 완전한 왕관이여,
나는 네 속의 은밀한 변화이다.

너의 공포를 저지하는 것은 오직 나뿐!
이 내 뉘우침도, 내 의혹도, 속박도
모두가 네 거대한 금강석의 결함이어라.
허나 대리석으로 무겁게 짓눌린 사자들의 밤에,
나무뿌리에 감긴 몽롱한 사람들은
이미 서서히 네 편이 되어버렸다

사자들은 두터운 부재 속에 용해되었고,
붉은 진흙은 하얀 종족을 삼켜버렸으며,
살아가는 천부의 힘은 꽃 속으로 옮겨갔도다.
어디 있는가 사자들의 그 친밀한 언어들은,
고유한 기술은, 특이한 혼은?
눈물이 솟아나던 곳에서 애벌레가 기어간다.

간지 소녀들의 날카로운 외침,
눈, 이빨, 눈물 젖은 눈시울,
불과 희롱하는 어여쁜 젖가슴,
굴복하는 입술에 반짝이듯 빛나는 피,
마지막 선물, 그것을 지키려는 손가락들,
이 모두 땅 밑으로 들어가고 작용에 회귀한다.

또한 그대,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는 바라는가
육체의 눈에 파도와 황금이 만들어내는,
이 거짓의 색채도 없을 덧없는 꿈을
그대 노래하려나 그대 한줄기 연기로 화할 때에도
가려므나
일체는 사라진다.
내 존재는 구멍나고, 성스런 초조도 역시 사라진다.

깡마르고 금빛 도금한 검푸른 불멸이여,
죽음을 어머니의 젖가슴으로 만드는,
끔찍하게 월계관 쓴 위안부여,
아름다운 거짓말 겸 경건한 책략이여
뉘라서 모르리, 어느 누가 부인하지 않으리,
이 텅빈 두개골과 이 영원한 홍소(哄笑)를

땅 밑에 누워 있는 조상들이여, 주민 없는 머리들이여,
가래 삽으로 퍼올 린 한 많은 흙의 무게 아래
흙이 되어 우리네 발걸음을 혼동하는구나.
참으로 갉아먹는 자, 부인할 길 없는 구더기는
묘지의 석판 아래 잠자는 당신들을 위해 있지 않도다
생명을 먹고살며, 나를 떠나지 않도다.

자기에 대한 사랑일까 아니면 미움일까?
구더기의 감춰진 이빨은 나에게 바짝 가까워서
그 무슨 이름이라도 어울릴 수 있으리!
무슨 상관이랴! 구더기는 보고 원하고 꿈꾸고 만진다!
내 육체가 그의 마음에 들어, 나는 침상에서까지
이 생물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제논! 잔인한 제논이여
엘레아의 제논이여
그대는 나래 돋친 화살로 나를 꿰뚫었어라.
진동하며 나르고 또 날지 않는 화살로
화살 소리는 나를 낳고 화살은 나를 죽이는 도다.
아! 태양이여…… 이 무슨 거북이의 그림자인가
영혼에게는, 큰 걸음으로 달리면서 꼼짝도 않는 아킬레스여

아니, 아니야 일어서라.
이어지는 시대 속에 부셔버려라.
내 육체여,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마셔라, 내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신선한 기운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
나에게 내 혼을 되돌려준다.
오 엄청난 힘이여
파도 속에 달려가 싱그럽게 용솟음치세
그래! 일렁이는 헛소리를 부여받은 대해(大海)여,
아롱진 표범의 가죽이여, 태양이 비추이는
천만가지 환영으로 구멍 뚫린 외투여,
짙푸른 너의 살에 취해,
정적과 닮은 법석 속에서
너의 번뜩이는 꼬리를 물고 사납게 몰아치는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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