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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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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진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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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3.29. 12:03:37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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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지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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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로드
김지명
내가 할 수 있는 건
버진로드까지 따라가 보는 것
날씨와 놀던 단풍나무가 자신의 뼈를 만지고
길냥이가 연인을 따라 숟가락을 들고 나서는
숲속 야외 예식장
흰나비 한 마리 언덕을 오른다
영혼까지 젖은 멜로를 보여주겠다는 자세로
시들한
천일홍에 앉았다 족두리 꽃에 앉아 있는
엄마를 본 것 같다
시간이 메이플 시럽처럼 졸여진
시집 안간 엄마를 본 것 같다
멜로가 먼저 와 해안선을 펼치자
연초 하나쯤 말아 피우며
해변의 발라드풍 속도를 걸었을 두 사람
풍경이 엄마아빠를 복사해
바다로 가버렸다
엄마를 본 것 같다
잠시 히비스커스차를 마신 후 고양이 물루반에 들어가는
시집 못간 엄마를 본 것 같다
영하의 벽을 넘어 온
흰나비, 꽃길 주단에 멈췄다
나무들은 촛불로 서서 혼배 성사를 보고
노랑 빨강 주홍 이파리가 화동으로 나섰다
바람이 이파리로 뒷말을 속닥거려도
앳된 엄마
손수건이 너무 작아 눈물을 닦을 수 없다
흰나비 등위에 꽂힌 햇빛은
사랑은 반드시 머물러야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
엄마가 맘껏 옛날이어도 좋은
그날 초대장 안으로 들어가
빛을 업은 제 그림자를 걷는다
그림자에서 내가 새어나온다
흰나비
몇 잎 남은 단풍과 신혼비행으로 익어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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