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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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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간을 태우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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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3.16. 09:46:49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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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금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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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을 태우다니
금희
저 꽃들은 헛간을 다 가지고 있었구나
헛간에 들인 검불들 지푸라기들 짚더미들
그곳에 기어드는 고양이와 쥐새끼들과
흰개미와 틈새로 들여다보는 햇볕과
물들인 손톱을 가지런히 내어 보이던 달빛과
말들과 말들의 갈기들과
쇠스랑과 빗자루와 물뿌리개와 물 마른 호스가
비 오는 날 젖은 발을 디밀던
처량한 짐승들의 꿈꿈한 냄새들이
고이고 삭는 헛간
일을 준비하거나 마감하거나
삶을 준비하거나 마감하거나
헛간은 살아있는 냄새로 가득하겠지
한쪽에는 밭이랑을 고르고 씨 뿌릴
곡괭이와 씨앗주머니가
발소리를 따라 이미 흥겹겠지
돌아다보면 누군들
헛간 하나 태우고 싶지 않았으리
삶이고 짐인 모든 농기구들이 거기 있기 마련이니
헛간을 들이고 태우는 일로
봄이 왔다가 봄이 그저 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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