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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3.16. 09:23:26   추천: 2
명시: 배두순

환영

배두순

봄의 환영들이 어슴푸레 깨어나고 있었다
물오른 숨소리 거칠다
그토록 나불대던 꽃샘바람을 어떻게 잠재웠는지
꽃다운 자태를 뽐내며 연지곤지 단장을 서두르고 있었다
해마다 봄의 발길들을 끌어들여
흥청망청 꽃바람을 뿌려대는 주범이 저 요염한 매화였으니,
매화 같은 환영들이었으니,
환영이란 그런 것
그것들에 홀리지 않고서야 어찌 이 세상을 건널 수 있으랴
매화밭에 이르러
엉긴 생각들을 정리하며 기꺼이 그 대열에 끼어든다
문전성시를 이룬 봄의 입구에서
수많은 허상들을 본다
나의 허상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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