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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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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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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3.07. 16:14:48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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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백무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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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
백무산
끌려간 네 구석진 셋방에서
뽀얗게 먼지 쌓인 사진첩을 펼치다가
뭉클한 우리의 추억을 발견했다
빛 바랜 흑백사진들
어떤 폼을 잡아도 촌놈은 촌놈
코흘리개 시절 빡빡머리 시절 사진
시골 처녀와 들꽃 한 묶음 들고 찍은 사진
군복 차림에 한껏 멋 부린 사진
잡지책 오려 붙인 해묵은 풍경 사진
네 잎 클로버 붉은 단풍 노란 꽃잎
우정 인내 믿음의 말을 적어 넣고
성실하지 노력하지 색종이에 그려 넣고
예쁜 싯 구절 정직 사랑이라는 말도 새겨 넣고
고향을 떠나올 때
험한 공장에서 비지땀을 흘릴 때도
잊을 수 없었던 말들 잊어서는 안 되는 말들
지친 육신 다시 일으켜 세웠던 말들
성실 노력 정직은 네 청춘의 강령이었을까
그것을 옷장 깊숙이 처박아두고
우리가 꿈꾸어온 만큼 철저하게
깨어진 희망만큼 철저하게
배신의 노동 굴욕을 강요해왔던 것만큼
철저하게 싸웠던 사내
감옥 창살 너머에서 씩 웃던 사내
유치하도록 진실한 사내
아직도 그 강령 폐기하지 않았노라고
주먹을 흔들어 보이는 사내
운동도 조금씩 꼬여버린 세상, 그래
정직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싸우자
우리의 강령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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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4. 전체글: 40141 방문수: 4868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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