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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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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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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2.25. 07:26:42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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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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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쏘다
김혜선
누군가 죽고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학교 동창이었는지
그 전엔 한 둥지 속 개개비 새끼들이었는지도 모를 몇이
달빛 아래 찬 고기를 먹습니다
그러니까 얼굴도 모르는 동기, 동창들이 백오십 년 만에 만나
서로의 눈구멍에 말라붙은 손가락을 넣어봅니다
옛날엔 정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마른 국수 가락 같은 기억은 뚝뚝 끊어집니다
흰 뼈를 어디다 세울지 물어오는 친구도 있지만
곰팡이 핀 눈길들만 어둑합니다
죽은 동백나무에서 꽃을 따 머리에 꽂고
전동칫솔 같은 소리로 노래를 합니다
나의 뼈들이 흔들립니다
다 해어진 수의를 들추고 늑골 사이
남아 있는 살점을 떼 내어 서로의 입 속에 넣어줍니다
기억도 없으면서 이름을 부릅니다
당신과의 관계를 알아채겠습니다 이제,
이승의 바닷물이 마를 때까지
내 살을 절여두겠습니다
달빛이 엎어져 마른 술잔에 가득한데
백오십 년 뒤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저녁을 쏘겠습니다
내내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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