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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은 모름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2.25. 06:52:03   추천: 3
명시: 김륭

입은 모름

김륭

또 나갔다
개가 집을 나가듯 가끔씩
심장이 몸을 나간다
흰 개로 돌아왔던 검은 개처럼
목줄을 매단 채

이럴 줄 알았으면 베갯속에 넣어
꿰매버릴 걸 그랬어

어떤 말들은 심장에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곳곳에 입마개를 한 개들이
인간을 끌고 돌아다닌다

인간이 시들해진 흰 개와
시시해진 검은 개와 神을 물어
투명해진 개 사이로

생일 케이크를 든 사내 하나
깨진 화분처럼 떠다닌다

쉰 개의 초로 얼굴을 밝혀도
입은 모를 것이다

미쳐야 산다 그래야 산다

집을 나갔지만 이번에도
발을 가져가지 못한 검은 개

비행기를 신고 나간 심장이
인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닫히기 위해 열려있는
사내의 입은 아직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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