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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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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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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2.15. 22:31:39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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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노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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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에게
노춘기
바람이 강물 위를 조용히 스쳤다
더 이상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너는 그 어느 것도 파괴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의 파괴가 어느 것 하나라도
오염시켰을까, 너의 온도를 전염시켰을까
너는 고요하게 그리고 일순간의 호흡으로
전부를 내던졌다
이 거대한 고래에게
잠시 어떤 무서운 감각이 너를 사로잡았으나
깊고 푸른 강물이 지평선 끝에서
너를 향해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푸른 강물이 너의 머리 위로 부드럽게 구부러졌다
거대한 허공이 물 속에서 부풀어올랐다
한순간에 너의 전부가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쓰디쓴 노래들을 들려주었지만
결국 온몸을 검게 태우고
깊은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너를
세계는 투명하게 담고 있을 뿐이었다
너는 은밀한 이름을 입 속에서 중얼거렸다
풍요로운 날씨를 거쳐왔으나
이제 칠흑 같은 숲이 네 앞에 놓여 있다
너는 달콤한 노래를 부르며 노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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