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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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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옷을 두 번 벗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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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2.15. 22:29:40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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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김임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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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옷을 두 번 벗지 않는다
김임선
구두를 신고 나갔다가
발자국을 신고 돌아온 날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나는 사라졌습니다
분리불안의 의자가
내 조끼를 입고 앉아 있는 뒷모습
나는 사라지고 나 아닌 다른 내가나를 맞이합니다
나는 옷을 벗습니다
시간의 다리를 건너요 과거는 빨래가 되고
전생은 세탁이 되고 찬란한 앞날이 햇빛에 말라갑니다
새로운 인생이 뽀송뽀송해집니다
빨래를 잘 걷어서
빨래를 잘 접어서
빨래가 옷이 됩니다
사람은 옷을 입어요
옷을 입은 의자가 사람이 됩니다
뭐해?
신문 보잖아
뭐해? 뭐해?
너를 잠깐만 빌릴게
뭐해? 뭐하냐니까?
그냥 한 번 입어 봤을 뿐이야
뭐해? 뭐해? 뭐하냐니까?
싫어 싫어 안 벗을 거야
의자가 뉴스를 보고 있습니다
신문은 없고 뉴스가 허공을 왔다갔다합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는 없고 말이
유령처럼 둥둥 떠다닙니다
분리불안증에 걸린
바나나는 껍질이 벗겨지면 불안합니다
꽃 피는 장미가 다급하게 향기를 회수 중입니다
털 날리는 토끼가 하루에 한 마리씩 백 일 동안 새끼를 낳습니다
솟구치는 날개가 하루에 백 개씩 신중하게 깃털을 수집합니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 가면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짐승의 탈을 쓰고 사는 인간이 가면을 벗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허파를 한껏 부풀리며
날숨 들숨 헤아리는 나의 짐승
나는 두 번 다시 옷을 벗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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