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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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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리허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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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2.11. 23:21:55 추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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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최일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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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리허설
최일화
반세기 넘게 살던 집을 떠나며
아버진 어두워진 귀를 바짝 들이대며 큰조카에게 전화를 한다
너 병풍 필요하면 가져가거라
소파 필요하면 갖다 쓰거라
아버진 두루마리 화장지를 세 토막씩 잘라
기저귀처럼 쌓아놓고 사용하는 분이다
집을 세 주고 큰딸네로 옮기기로 마음을 정한 후
마루를 서성이고 창밖을 내다보며
아버지는 여러 날 고심했을 것이다
이제 여기 다시 안 올 텐데
저 식탁을 어쩌나 저 냉장고 텔레비는 어쩌나
궁리 끝에 얻은 결론을 이제 실천하는 것이다
작은딸에게도 전화를 해서 냉장고 교환할 때 안 됐니
김치냉장고도 필요하면 가져가거라
아내에게도 전화를 했단다
이제 언제 입겠니
애비 입을 만한 거 있나 한번 와서 찾아봐라
아내는 두툼한 겨울 점퍼와 한복 한 벌을 가져왔다
한 푼 두 푼 아껴가며 장만한 살림살이들
큰돈을 주고 장만했을 병풍, 침대, 장롱까지도
필요하면 모두 가져가란다
비로소 비워내는 것인가
세월 앞에선 구두쇠도 헐거워지는 것인가
두 마누라 때문에 늘 어깨가 무겁던 아버지
마누라 하나 오래전 떠나보내고
더 가벼워진 것 같지도 않은데
또 마누라를 하나 더 먼저 보낼지
이번엔 마누라보다 먼저 당신이 떠날지 알 수 없지만
두 노인네 딸네 집으로 거처를 옮기며
필요하면 다 가져가라고
일일이 전화하는 아버지를 보며
아버지를 모시지 못하는 내 처지보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언제 떠날지 모를 두 노인이
파란만장의 무대에서
마지막 리허설에 몰두하는 노역 배우 같기도 하고
황혼녘 장엄한 서쪽 하늘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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