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24. 04. 26. |
 |
|
 |
|
|
|
|
|
 깡을 살짝 얹은 비굴카나페 |
|
|
|
 |
|
|
|
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1.22. 01:45:21 추천: 2 |
|
|
|
명시: 정선 |
|
|
|
|
|
|
|
|
|
|
|
|
|
깡을 살짝 얹은 비굴카나페
정선
비굴은 바람을 탈 줄 알았다
바람을 탈 줄 모르는 나는 깜냥을 알았다
그래서 깡을 굴려 재주를 부릴 무대를 구했다
재주를 배우느라 들인 돈 가지고는 택도 없는 소리!
그나마 다행이야 입술이 오지게 번질거렸다
나를 지탱하던 깡 덩어리에 분칠을 하고 무대에 올렸다
조명발이 죽여줬다
십일 년 동안 길에서 굴려먹은 깡이
덩그마니 해골로 되똑 선 깡이
잎사귀를 모두 떨군 고사목 같은 깡이
너덜너덜 찬란했다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없고
바람도 쉬었다 갈 수 없는 깡의 그 좁은 품
깡에 아양이라는 향신료를 뿌렸다
풋비린내가 쌈박했다
그때 잠깐 청보리 물결이 눈앞에 너울거렸던가
꼿꼿한 보릿대는 바람이 속삭이자 허리를 꺾었다
청보리가 몸을 휠 때마다 들판에는 부드러운 비굴이 반짝였다
굽힘과 굽힘이 어우러져 빚어낸 그림 한 폭
옳거니, 무릎을 쳤다
묵은똥 한 덩이가 쑥 빠졌다
입 닥치고 살겠다고
'깡'에서 귀찮은 'ㄱ'을 하나 버렸다
내 안의 사막에 강이 흘렀다
깡도 구르고 깎여
모래 언덕을 품고 묵묵히 깊어지는 강만 같으면야
마침내 골수가 빠져나간
낭창낭창 들큰쌉싸름 시큼털털 얼룩덜룩 깡들
향긋힌 비굴 하나 비굴 두울 비굴 세엣
그 위에 날치알마냥 깡을 살짝 얹었다
톡 톡 톡
두 눈과 두 귀를 사로잡는
경쾌한 비굴카나페
비굴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굽힐수록 달콤해지고
젖힐수록 군내 나는
비굴도 이력이 붙으면 관성이 생겨 단단해지지
예민한 췌장까지 해독시키는
비굴은 나의 힘
|
|
|
|
|
|
|
|
|
|
|
| 전체글 목록 |
2024. 04. 26. 전체글: 40223 방문수: 4889898 |
|
|
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