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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4.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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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는 모자를 잃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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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용호 날짜: 2020.01.16. 15:45:15 추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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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장정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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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모자를 잃고
장정욱
며칠째 말이 없다
들춰낼 수 없는 비밀처럼
납작한 자세,
풀기 없는 눈동자로 모자는 놓여있다
비라도 내렸다면
버스에 얼굴을 두고 내리진 않았을 텐데
창문에서 떠나간 입김 때문에
모자는 단지 해진 주머니
머릿속 문자들이 다 빠져나가 버렸다
누가 하늘에 빛나는 그림자를 걸어두었을까
월식으로 잠시 떠들썩했던
거리는 달과 반대로 기울어만 갔다
보일러가 꺼져 차가운 이불 속
비탈진 옆구리를 따라
납기일 지난 한숨 소리가 흘러내렸다
가슴에 모자를 올려놓고 누우면
중얼중얼, 새어나오는 물소리
챙 밑 그늘이 또 울고 있구나
대체 그 속엔
어떤 가난한 얼굴이 들어올 수 있을까
모자를 벗은 벽이
뒤돌아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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